Jeans 어원, 전 세계인의 패션 아이템이 이탈리아 '선원'들의 작업복이었다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청바지(Jeans)'일 것입니다. 튼튼하고 실용적인 데다,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리는 청바지는 청춘과 자유, 그리고 반항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는 흔히 청바지 하면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나 금광을 캐던 광부들, 혹은 카우보이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이 상징적인 바지의 고향이 사실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의 항구 도시'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심지어 '진(Jeans)'과 '데님(Denim)'이라는 단어는 모두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도시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늘은 가장 미국적인 옷이라 여겨지는 청바지의 족보를 찾아, 지중해의 거친 바다를 누비던 이탈리아 선원들과 프랑스의 직물 장인들을 만나러 떠나봅니다.

1. 이탈리아 제노바 선원들의 바지, 'Gênes'
이야기는 17세기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제노바(Genoa)'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노바는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고, 항구는 늘 거친 파도와 싸우는 선원들로 붐볐습니다.
선원들에게는 질기고 튼튼하며, 물에 젖어도 금방 마르는 작업복이 필요했습니다. 그들은 인도에서 수입한 굵은 면사와 아마사를 섞어 짠 튼튼한 원단으로 바지를 만들어 입었습니다. 이 옷은 거친 뱃일이나 부둣가 하역 작업을 할 때 입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당시 이탈리아와 교역하던 프랑스 사람들은 제노바를 프랑스어로 '젠(Gênes)'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제노바 선원들이 입는 이 튼튼한 바지를 보며 "젠에서 온 옷"이라 불렀죠. 이 'Gênes'이라는 단어가 나중에 영어권으로 넘어가 발음이 변형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진(Jeans)'이 된 것입니다. 즉, 청바지의 어원은 바지를 입던 사람들의 출신 도시인 '제노바'였습니다.
2. 프랑스 님 지방의 원단, 'De Nîmes'
그렇다면 청바지의 소재를 뜻하는 '데님(Denim)'은 어디서 왔을까요? 이 역시 유럽의 지명에서 유래했습니다.
원래 제노바 선원들이 입던 옷감은 면과 아마가 섞인 형태였는데, 이와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 남부의 직물 도시 '님(Nîmes)'에서는 '세르주(Serge)'라고 불리는 아주 질긴 능직(Twill) 면직물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이 원단은 튼튼하기로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직물을 프랑스어로 '세르주 드 님(Serge de Nîmes)', 즉 '님 지방의 세르주 원단'이라고 불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앞의 'Serge'가 탈락하고, 출신지를 뜻하는 전치사 '드(De)'와 도시 이름 '님(Nîmes)'이 합쳐져 '데님(Denim)'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바지의 이름(Jeans)은 이탈리아 도시에서 왔고, 바지의 소재 이름(Denim)은 프랑스 도시에서 온 셈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청바지는 이 두 가지 유럽 유산의 결합체입니다.
3. 미국으로 건너가 '구리 리벳'을 만나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 튼튼한 옷감과 바지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형태의 현대적인 '블루진'으로 완성된 곳은 19세기 미국입니다. 골드러시가 한창이던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라는 유대인 상인이 데님 원단을 팔고 있었습니다.
당시 금광의 광부들은 작업이 너무 거칠어 바지 주머니가 금방 뜯어지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이때 재단사였던 '제이콥 데이비스'가 주머니 모서리처럼 힘을 많이 받는 부분에 '구리 리벳(Rivet)'을 박아 튼튼하게 보강하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1873년,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제이콥 데이비스는 이 '리벳이 박힌 데님 작업복'에 대한 특허를 냈고, 이것이 바로 현대 청바지(리바이스 501)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선원의 작업복이 프랑스 원단을 만나, 미국의 광산에서 완성된 것입니다.
4. 마치며 : 노동의 땀이 만든 패션
오늘날 런웨이를 장식하는 명품 청바지나 우리가 편하게 입는 스키니진 모두, 그 뿌리는 거친 바다와 싸우던 선원들, 그리고 어두운 갱도에서 금을 캐던 광부들의 땀방울에 젖어 있던 '노동복'이었습니다.
청바지가 오랜 세월 변치 않는 사랑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 질긴 푸른색 원단 속에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강인함'이라는 인류 공통의 정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오늘 청바지를 입을 때, 이 옷에 스며든 유럽 항구 도시의 거친 바람과 미국 서부의 뜨거운 열정을 한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