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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wich 어원, 전 세계인의 간편식이 '도박장'에서 탄생한 기막힌 사연

by purevanillacookie 2026. 1. 2.

바쁜 아침, 출근길 직장인의 손에 들려 있는 것. 소풍 가는 아이들의 도시락통 속에 예쁘게 담겨 있는 것. 바로 '샌드위치(Sandwich)'입니다. 빵 사이에 채소와 고기, 치즈 등 좋아하는 재료를 넣어 한 입에 베어 무는 이 음식은 간편함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힙니다.

 

우아한 브런치 카페의 메뉴로도 손색이 없고, 편의점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이 친숙한 메뉴의 이름이, 사실은 18세기 영국의 지독한 '도박 중독자' 때문에 생겨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심지어 그 탄생 장소는 주방이 아닌 자욱한 담배 연기가 가득한 도박장 테이블이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매일 즐겨 먹는 샌드위치 속에 숨겨진 18세기 영국 귀족의 기행과, 도박이 낳은 뜻밖의 식문화 혁명에 대해 아주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Sandwich 어원, 전 세계인의 간편식이 '도박장'에서 탄생한 기막힌 사연

1. 유능한 장관이자 소문난 도박광, 샌드위치 백작 4세

'샌드위치'라는 이름은 음식을 처음 만든 요리사의 이름이 아닙니다. 바로 이 음식을 유행시킨 사람의 작위(Title)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주인공은 18세기 영국 조지 왕조 시대의 실존 인물, '존 몬테규(John Montagu, 1718~1792)', 즉 샌드위치 백작 4세입니다.

그는 단순히 노름이나 즐기는 한량은 아니었습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으며, 영국 해군 제독을 거쳐 국무 장관까지 역임한 아주 유능하고 영향력 있는 고위 공직자였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잘 아는 하와이 제도를 발견한 제임스 쿡 선장이 백작의 후원을 고맙게 여겨 하와이를 처음에는 '샌드위치 제도'라고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공직 생활보다 더 유명했던 것은 바로 그의 못 말리는 '도박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업무가 끝나면 곧장 사교 클럽으로 달려가 카드 게임에 몰두했습니다. 한번 도박 테이블에 앉으면 24시간, 길게는 48시간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식사도 거른 채 게임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2. 딜레마 : "밥은 먹어야겠는데, 카드는 놓기 싫고"

1762년 어느 날, 런던의 한 도박장에서 여느 때처럼 카드 게임에 빠져 있던 샌드위치 백작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꼬박 하루를 굶어가며 게임을 하다 보니 배가 너무 고팠던 것입니다.

당시 18세기 영국 귀족들의 식사 예절은 매우 엄격하고 번거로웠습니다. 하인들이 차려주는 정찬을 먹으려면 게임을 중단하고 식당으로 이동해야 했고,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쥐고 우아하게 고기를 썰어 먹어야 했습니다. 백작에게는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조차 아까웠고, 무엇보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테이블에서 고기를 집어 먹자니, 손에 기름이나 소스가 묻어 비싼 트럼프 카드가 더러워질 게 뻔했습니다. 배고픔과 게임에 대한 집착 사이에서 고민하던 천재(혹은 괴짜) 백작은 하인을 불러 기상천외한 주문을 내립니다.

"여봐라, 구운 소고기(Roast Beef)를 얇게 저며서, 빵 두 조각 사이에 끼워서 가져오거라!"

3. 도박판을 뒤흔든 혁명적인 '한 손 식사'

하인이 가져온 음식은 혁명적이었습니다. 빵이 위아래로 재료를 감싸고 있어 손잡이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손에 고기 기름을 묻히지 않고도 음식을 집을 수 있었습니다. 백작은 한 손으로는 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여전히 카드를 쥐고 게임을 이어갔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의 다른 귀족 도박꾼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렇게 하면 게임을 멈추지 않고도 식사를 할 수 있구나!" 그들은 샌드위치 백작의 실용적이고도 파격적인 식사법에 매료되었습니다.

곧이어 도박장 곳곳에서 주문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하인들에게 외쳤습니다.


"샌드위치(백작)가 먹는 거랑 똑같은 걸로 줘! (The same as Sandwich!)"

처음에는 "샌드위치 백작의 음식"으로 불리던 이것은 점차 줄여서 그냥 "샌드위치(Sandwich)"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도박꾼의 게으름과 집착이 만들어낸 이 메뉴가 귀족 사교계의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4. 샌드위치는 백작이 처음 만들었을까?

여기서 역사적 팩트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는 방식을 샌드위치 백작이 인류 최초로 발명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대 로마인들도 빵에 고기를 곁들여 먹었고, 유대교의 유월절 전통 음식 중에도 빵 사이에 허브와 양고기를 넣어 먹는 풍습(힐렐 샌드위치)이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중세 유럽의 농민들도 두꺼운 빵 위에 음식을 올려 먹곤 했습니다.

하지만 샌드위치 백작의 공로가 인정받는 이유는, 이 투박한 음식을 '상류층의 문화'로 끌어올리고, '이름'을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백작 이전에는 그저 '빵과 고기(Bread and Meat)' 혹은 '가난한 자들의 식사'로 불리던 것이, 백작 덕분에 '샌드위치'라는 세련된 고유명사를 얻고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5. 영국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으로

도박장에서 시작된 샌드위치의 열풍은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공장에서 바쁘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샌드위치만큼 빠르고 간편하며 열량을 채우기 좋은 음식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샌드위치는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전해졌고, 햄버거, 핫도그, 클럽 샌드위치, 서브웨이 등 무한한 형태로 진화하며 현대 식문화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1월 3일을 '샌드위치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는데, 이날이 바로 존 몬테규(샌드위치 백작)의 생일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6. 마치며 : 게으름이 낳은 위대한 유산

역사는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샌드위치 백작은 당대에는 뇌물 수수 의혹과 방탕한 사생활, 그리고 무능한 행정력 때문에 수많은 비난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의 묘비명에는 그가 이룬 정치적 업적들이 적혀 있겠지만, 정작 후세의 사람들은 그를 '맛있는 빵'의 이름으로만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가 도박을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혹은 식사 시간만큼은 깍듯이 지키는 바른 생활의 사나이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우리는 지금 점심시간마다 무엇을 먹어야 할지 훨씬 더 큰 고민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점심,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250년 전, 카드 게임을 놓치기 싫어 빵 조각을 움켜쥐었던 어느 괴짜 백작의 엉뚱한 열정에 잠시 감사의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이 비록 도박을 위한 것이었을지라도, 그 덕분에 우리의 점심시간은 훨씬 더 여유로워졌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