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한 달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월급날'일 것입니다.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하고,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원동력이 바로 이 월급에 있기 때문입니다.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단순히 돈의 액수를 넘어, 지난 한 달간 우리가 흘린 땀과 시간, 그리고 노력의 결실입니다.
우리는 이 급여를 영어로 '셀러리(Salary)'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혹시 이 단어의 유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놀랍게도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인 'Salary'는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마주하는 하얀 가루, 바로 '소금(Salt)'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황금도 아니고, 보석도 아닌 흔하디 흔한 소금이 어떻게 노동의 대가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Salary'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고대 로마의 역사와 당시 소금이 가졌던 막대한 경제적 가치,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1. 라틴어 'Salarium' : 병사들의 주머니를 채우다
언어학적으로 볼 때, Salary의 뿌리는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에, '~을 위한 돈' 혹은 '~에 속한'이라는 접미사가 붙어 '살라리움(Salarium)'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고대 로마 제국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국경을 수비했습니다. 이때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국가 운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로마 병사들은 급여의 일부를 소금으로 받거나, 혹은 '소금을 구매하기 위한 돈'으로 지급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살라리움'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살라리움은 단순히 소금 값을 뜻하는 것을 넘어, 로마 병사들이 받는 정기적인 봉급 전체를 의미하는 말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프랑스어 'Salarie'를 거쳐 오늘날 영어의 'Salary'로 정착하게 된 것입니다. 즉, 현대의 직장인을 지칭하는 '샐러리맨(Salaryman)'이라는 말속에는 고대 로마 병사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왜 하필 '소금'이었을까? : 고대의 하얀 황금
현대인의 시각에서 소금은 슈퍼마켓에서 몇천 원이면 살 수 있는 아주 저렴한 조미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왜 월급으로 소금을 줬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소금의 위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첫째, 생존을 위한 필수 방부제였습니다.
냉장고나 냉동 기술이 전무했던 시절, 식량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염장(소금 절임)이었습니다. 고기나 생선, 채소 등을 소금에 절여두지 않으면 금방 부패하여 식량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긴 원정을 떠나야 하는 로마 군대에게 소금은 전투 식량을 보존하기 위한 전략물자이자 생존 필수품이었습니다.
둘째, 화폐로서의 가치(Commodity Money)를 지녔습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화폐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하고(보편성), 쪼개어 쓰기 쉬워야 하며(분할성), 썩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어야(내구성) 합니다. 고대의 소금은 이 조건들을 완벽하게 충족했습니다. 귀족부터 노예까지 소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고, 가루 형태라 나누기도 쉬웠으며, 변질되지도 않았습니다.
당시 소금은 '하얀 황금(White Gold)'이라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로마 제국은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국가가 직접 관리했으며,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전용 도로인 '비아 살라리아(Via Salaria, 소금 길)'를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이 귀한 소금을 지급받는다는 것은 병사들에게 있어 최고의 보상이었습니다.
3. 언어 속에 남은 소금의 흔적들
소금이 고대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는 Salary 외에도 다양한 언어적 표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영어 관용구 중에 "He is worth his salt."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그는 자신의 소금 값을 한다"는 뜻으로, 맡은 바 임무를 훌륭히 수행하거나 밥값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칭찬할 때 사용합니다. 반대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소금 값도 못 한다"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로마 병사들이 받은 살라리움(소금)에 걸맞은 전투력을 보여주었는지를 평가하던 기준에서 유래한 표현입니다.
또한, 군인을 뜻하는 영어 단어 'Soldier' 역시 로마의 화폐와 관련이 있습니다. 로마 시대에 사용되던 금화인 '솔리두스(Solidus)'를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Soldier가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한데, 이 역시 Salary와 맥락을 같이 하며 '돈(대가)을 받고 복무하는 사람'이라는 직업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소금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사람의 가치와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이자 경제 활동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4. 현대의 Salary가 갖는 의미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소금으로 월급을 받지 않습니다. 화폐 경제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소금의 화폐적 기능은 사라졌고, 대량 생산기술의 발달로 희소성 또한 사라졌습니다. 이제 소금은 마트 진열대 한구석을 차지하는 흔한 상품일 뿐입니다.
하지만 'Salary'라는 단어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쓰이는 이유는, 그 본질적인 의미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의 소금이 음식을 썩지 않게 하여 생명을 유지해주었듯이, 현대의 Salary는 우리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노동의 대가로 받은 Salary를 통해 의식주를 해결하고, 가족을 부양하며, 미래를 꿈꿉니다. 형태는 소금 알갱이에서 디지털 숫자로 바뀌었지만, 그것이 우리 삶을 '보존'하고 '맛을 내는' 역할을 한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입니다.
5. 마치며
오늘은 월급을 뜻하는 단어 Salary의 어원과 그 배경에 있는 흥미로운 경제사를 살펴보았습니다. 로마 병사들이 땀 흘려 일한 대가로 받았던 소금, 살라리움. 그 속에 담긴 '생존'과 '가치'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매달 스쳐 지나가듯 들어왔다 나가는 월급이 조금은 더 무게감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