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Money)'만큼 강력하고 보편적인 언어가 또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돈을 쓰며 생활을 영위합니다. 때로는 돈 때문에 울고 웃기도 합니다. 너무나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존재이기에, 돈의 기원에 어떤 성스럽거나 고귀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Money'라는 단어의 뿌리를 찾아가면, 고대 로마의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인 '여신의 신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우리가 지갑 속에 구겨 넣고 다니는 지폐 한 장, 동전 하나가 사실은 신의 가호 아래 만들어진 성물(聖物)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돈이라는 단어에 숨겨진 로마 신화의 한 페이지와, 화폐가 신전에서 만들어져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로마의 수호신, 주노 모네타(Juno Moneta)
'Money'의 어원은 라틴어 '모네타(Moneta)'에서 왔습니다. 이 '모네타'는 고대 로마에서 최고의 여신으로 추앙받던 '주노(Juno, 그리스 신화의 헤라)'의 별칭이었습니다.
로마의 심장부인 카피톨리누스 언덕에는 이 여신을 모시는 거대한 '주노 모네타 신전(Temple of Juno Moneta)'이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여기서 'Moneta'는 '경고하다(Monere)'라는 동사에서 유래한 것으로, '조언자' 혹은 '경고하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외적이 침입하거나 지진 같은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여신이 미리 경고를 내려 로마를 구했기에 이런 칭호를 얻었다고 합니다.
즉, 주노 모네타는 로마 시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주는 든든한 수호신이었습니다.
2. 신전의 부록이 된 조폐소
그렇다면 로마를 지키는 여신의 이름이 어떻게 '돈'을 뜻하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기원전 3세경, 로마가 최초의 공식 은화인 '데나리우스'를 발행하기 시작하면서 조폐소(화폐를 만드는 곳)를 설치한 장소 때문입니다.
로마 정부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시설인 조폐소를 다름 아닌 '주노 모네타 신전' 바로 옆 부속 건물에 설치했습니다.
여기에는 아주 현실적이고도 상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보안입니다. 신전은 카피톨리누스 언덕의 요새 안에 위치해 방어가 쉬웠고, 늘 사제와 경비병이 지키고 있어 도둑이 들끓는 시장통보다 훨씬 안전했습니다.
둘째, 신성한 권위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당시 화폐는 금이나 은 자체의 가치를 국가가 보증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가짜 돈을 만들거나 무게를 속인다면 국가 경제가 흔들립니다. 로마는 조폐소를 수호신인 주노 여신의 감시하에 둠으로써, 화폐에 신성한 권위를 부여했습니다. "이 돈을 위조하는 것은 곧 여신에 대한 신성모독이다"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준 것입니다.
3. 여신의 이름이 곧 돈이 되다
주노 모네타 신전 옆에서 끊임없이 동전이 쏟아져 나오자, 사람들은 이 동전들을 신전의 이름을 따서 자연스럽게 '모네타(Moneta)'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노 여신의 조폐소에서 나온 것'을 의미했지만, 점차 '화폐' 그 자체를 뜻하는 일반 명사로 굳어졌습니다.
이 라틴어 'Moneta'가 훗날 고대 프랑스어 '모네(Monoie)'를 거쳐, 오늘날 영어의 '머니(Money)'가 된 것입니다. 참고로 화폐를 만드는 '조폐국'을 뜻하는 영어 단어 '민트(Mint)' 역시 이 'Moneta'에서 유래했습니다. 결국 돈(Money)과 그것을 만드는 곳(Mint) 모두 여신의 이름에서 나온 한 식구인 셈입니다.
4. 마치며 : 돈은 신뢰의 증표
가장 세속적인 '돈'이 가장 신성한 '여신의 신전'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것은 바로 화폐의 본질이 금속 조각이나 종이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뢰(Trust)'에 있다는 점입니다.
고대 로마인들은 여신의 권위에 기대어 화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중앙은행과 국가 시스템을 믿고 종이 조각에 불과한 지폐를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형태는 변했지만, 돈이 작동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깨지지 않는 믿음'이라는 사실을, Money의 어원은 수천 년 전부터 우리에게 '경고(Moneta)'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