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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athon 어원, 승전보를 전하고 심장이 터져버린 병사의 비극적 질주

by purevanillacookie 2026. 1. 9.

매년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하는 종목이자, 인간의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바로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Marathon)'입니다. 오늘날 마라톤은 수만 명의 일반인이 참가하는 즐거운 러닝 축제가 되었고,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비유처럼 끈기와 인내의 아이콘으로 통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건강을 위해, 혹은 성취감을 위해 달리는 이 마라톤의 기원이 사실은 2,500년 전 국가의 운명이 걸린 처절한 '전쟁터'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심지어 이 스포츠의 이름은 기쁜 승전보를 전하기 위해 쉬지 않고 달리다 끝내 심장이 터져 사망한 한 병사의 숭고한 희생에서 유래했습니다.

오늘은 승리의 환호와 죽음의 비극이 공존하는 마라톤의 기원과, 왜 하필 딱 떨어지는 40km가 아닌 42.195km라는 애매한 숫자가 공식 거리가 되었는지, 그 속에 숨겨진 영국 왕실의 황당한 사연까지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Marathon 어원, 승전보를 전하고 심장이 터져버린 병사의 비극적 질주

1. 풍전등화의 아테네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마라톤의 역사는 기원전 4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동방의 거대 제국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 1세는 그리스를 정복하기 위해 대규모 원정대를 파견합니다. 페르시아 군은 무려 10만 명에 달하는 대군을 이끌고 아테네 북동쪽의 '마라톤 평원(Plains of Marathon)'에 상륙했습니다.

반면, 이를 막아야 하는 아테네 군의 병력은 고작 1만 명 남짓이었습니다. 10 대 1의 싸움. 누가 봐도 아테네의 패배가 불 보듯 뻔했습니다. 아테네 성 안의 부녀자와 노약자들은 공포에 떨며 성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만약 이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도시는 불바다가 되고, 모든 시민은 노예가 될 운명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테네의 명장 '밀티아데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팔랑크스(Phalanx)라 불리는 중장보병 밀집 대형을 이용해 페르시아군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기적처럼 적을 포위 섬멸하며 대승을 거두게 됩니다. 서양 문명의 운명을 바꾼 '마라톤 전투'의 승리였습니다.

2. "멈추면 죽는다" : 페이디피데스의 마지막 질주

전투는 이겼지만, 아직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테네 성 안에서 피를 말리며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과 시민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한시라도 빨리 알려야 했습니다. 만약 패배했다는 헛소문이라도 돌면, 절망한 시민들이 스스로 도시에 불을 지르거나 혼란에 빠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 사령관은 전령인 '페이디피데스(Pheidippides)'를 불렀습니다. 그는 이미 전투 전에 지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스파르타까지 무려 200km가 넘는 산길을 이틀 만에 왕복했던,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명령을 받자마자 무거운 갑옷과 투구를 벗어던지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까지의 거리는 약 40km. 그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쉬지도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고 폐는 찢어질 듯 아팠지만, 고향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해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습니다.

마침내 아테네 성문에 도착한 페이디피데스는 시민들을 향해 마지막 힘을 짜내어 외쳤습니다.
"기뻐하라! 우리가 이겼다! (Nenikēkamen!)"

그리고 그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습니다. 극심한 탈진과 심장마비가 원인이었습니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 병사의 넋을 기리기 위해, 그가 달렸던 코스를 그대로 재현하는 장거리 달리기 종목을 채택했고, 격전지의 이름을 따 '마라톤'이라 명명했습니다.

3. 42.195km의 비밀 : 영국 왕실의 '관람 욕심' 때문?

여기서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이 하나 등장합니다. 페이디피데스가 달렸던 실제 거리는 약 40km(24.85마일) 정도였고, 제1회 올림픽부터 제3회 올림픽까지 마라톤의 거리는 매번 40km 안팎으로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의 마라톤은 외우기도 힘든 소수점 단위인 42.195km가 되었을까요? 이 숫자가 확정된 것은 1908년 런던 올림픽 때였습니다.

당시 런던 올림픽 마라톤의 출발점은 윈저 성(Windsor Castle)이었고, 도착점은 화이트 시티 스타디움이었습니다. 원래 계획된 거리는 약 26마일(41.8km)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영국 왕실에서 두 가지 '민원'을 넣었습니다.

첫째, "왕실의 어린아이들이 윈저 성 베란다에서 선수들이 출발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게 출발선을 잔디밭까지 당겨 달라."
둘째, "결승선은 알렉산드라 왕비가 앉아 있는 로열박스 바로 앞이어야 한다."

이 왕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코스를 늘리고 줄이다 보니, 원래 거리보다 385야드(약 352m)가 늘어난 총 42.195km가 되었습니다. 이후 1921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이 이 거리를 공식 표준으로 확정하면서, 전 세계 러너들은 영국 왕실의 변덕 때문에 늘어난 '마의 2.195km'를 더 달려야 하게 된 것입니다.

4. 마치며 : 희망을 나르는 메신저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이자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종목입니다. 42.195km라는 긴 거리 속에는 고대 그리스 병사의 숭고한 애국심과 영국 왕실의 엉뚱한 에피소드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힘든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합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 페이디피데스가 가슴속에 품고 달렸던 것이 '승리의 메시지'였다는 것을 기억해 보세요. 여러분이 흘리는 땀방울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혹은 미래의 나 자신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