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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chup 어원, 미국 소스가 아니라 '중국 생선 젓갈'이 조상이라고?

by purevanillacookie 2026. 1. 3.

감자튀김을 먹을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단짝 친구, 핫도그와 오므라이스의 화룡점정. 바로 새빨간 토마토소스, '케첩(Ketchup)'입니다. 새콤달콤한 맛으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케첩은 햄버거, 콜라와 함께 미국 식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만약 이 지극히 서양적인 소스의 고향이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심지어 그 원래 재료가 토마토가 아니라, 비린내 나는 '생선 젓갈'이었다면 더더욱 믿기 힘드실 겁니다.

오늘은 우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케첩의 충격적인 출생의 비밀과, 생선 국물이 어떻게 빨간 토마토소스가 되었는지 그 300년의 대장정을 추적해 봅니다.

Ketchup 어원, 미국 소스가 아니라 '중국 생선 젓갈'이 조상이라고?

1. 17세기 중국의 생선 소스, '규즙(Koe-chiap)'

케첩의 기원을 찾으려면 17세기 중국 남부 푸젠성(복건성) 지역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중국 해안가 사람들은 생선이나 조개 등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즙을 즐겨 먹었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동남아시아의 '피시 소스(Fish sauce)'나 한국의 '액젓'과 매우 흡사한 형태였습니다.

현지 방언(민난어)으로 이 생선 젓갈 국물을 '규즙(鮭汁)'이라고 썼는데, 당시 발음이 '코에치압(Koe-chiap)' 혹은 '케치압(Ke-tsiap)'이었습니다. 여기서 'Koe'는 연어나 생선을, 'Chiap'은 즙이나 소스를 뜻합니다.

즉, 케첩의 어원은 문자 그대로 '생선 즙'이라는 뜻입니다. 이 시기의 케첩은 토마토는커녕 붉은색조차 아니었고, 짭조름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짙은 갈색의 발효 조미료였습니다.

2. 영국 선원들의 입맛을 사로잡다

대항해시대였던 17세기 후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오가던 영국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들과 상인들은 이 '코에치압'을 처음 맛보게 됩니다. 냉장 시설이 없던 배 위에서 밋밋하고 맛없는 건빵이나 염장 고기만 먹어야 했던 그들에게, 감칠맛이 폭발하는 이 동양의 소스는 그야말로 '마법의 물약'이었습니다.

영국 선원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때 이 소스를 대량으로 사가기 시작했고, 곧 영국 전역에서 'Ketchup'이라는 이름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중국처럼 생선을 발효시킬 기후 조건도 맞지 않았고, 주재료인 멸치류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케첩을 개량하기 시작합니다. 생선 대신 영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버섯, 호두, 굴, 엔초비 등을 넣어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18세기 영국 요리책에는 '버섯 케첩'이나 '호두 케첩' 만드는 법이 자주 등장합니다. 소설가 제인 오스틴도 이 버섯 케첩을 매우 즐겨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3. 미국으로 건너가 '토마토'를 만나다

케첩이 오늘날처럼 붉은색을 띠게 된 것은 19세기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부터입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토마토를 식용으로 잘 쓰지 않았습니다. 토마토가 독초인 맨드레이크와 닮았다고 생각해서 기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812년, 미국의 식물학자이자 의사였던 제임스 미스(James Mease)가 최초로 토마토를 이용한 케첩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그는 토마토를 '사랑의 사과(Love Apple)'라고 부르며 소스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1876년, 우리가 잘 아는 '헨리 하인즈(Henry Heinz)'가 등장합니다. 그는 당시 방부제 논란이 많았던 케첩 시장에서, 몸에 해로운 보존료를 빼고 대신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식초''설탕'을 듬뿍 넣은 획기적인 제품을 출시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새콤달콤하고 걸쭉한 '하인즈 토마토케첩'의 시초입니다.

4. 마치며 : 퓨전 음식의 원조

중국의 생선 젓갈 '규즙'이 영국으로 건너가 '버섯 소스'가 되었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토마토소스'로 완성되기까지. 케첩은 장장 300년에 걸쳐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진화해 온 글로벌 퓨전 음식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케첩이라는 단어 속에는 아시아의 발효 과학, 영국의 모방 본능, 그리고 미국의 상업적 혁신이 모두 녹아 있는 셈입니다. 오늘 햄버거를 드시면서 케첩을 뿌릴 때, 이 붉은 소스의 조상이 짭조름한 생선 젓갈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세요. 익숙했던 그 맛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