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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burger 어원, 돼지 뒷다리 '햄(Ham)'이 들어가지 않는데 왜 이름이 햄버거일까?

by purevanillacookie 2026. 1. 3.

전 세계 어디를 가나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제왕, 바로 '햄버거(Hamburger)'입니다. 두툼한 고기 패티와 신선한 채소, 그리고 부드러운 빵의 조화는 언제 먹어도 만족스러운 한 끼를 선사합니다.

그런데 햄버거를 먹다가 문득 이런 의문을 가져보신 적 없나요? "이름은 햄버거인데, 왜 정작 안에는 '햄(Ham)'이 없지?"

치즈버거에는 치즈가 들어가고 치킨버거에는 치킨이 들어가는데, 햄버거에는 돼지 뒷다리로 만든 햄 대신 소고기 패티가 들어갑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그 비밀은 이 음식의 고향이 미국이 아닌 독일의 한 항구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몽골의 초원에서 시작해 독일을 거쳐 미국에서 완성된, 햄버거의 파란만장한 대륙 횡단기를 소개합니다.

Hamburger 어원, 돼지 뒷다리 '햄(Ham)'이 들어가지 않는데 왜 이름이 햄버거일까?

1. 햄버거의 '햄'은 먹는 햄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햄버거의 'Ham'은 돼지고기 햄(Ham)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 이름은 독일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Hamburg)'에서 유래했습니다.

햄버거(Hamburger)라는 단어는 원래 '함부르크에서 온 사람' 혹은 '함부르크의 것'을 뜻하는 독일어 형용사입니다. 마치 뉴욕 사람을 '뉴요커', 런던 사람을 '런더너'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즉, 햄버거는 "함부르크 스타일의 스테이크"라는 뜻을 가진 단어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쩌다 독일의 도시 이름이 이 음식에 붙게 되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몽골 제국의 기마병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2. 말안장 밑의 고기, 타타르 스테이크

13세기, 칭기즈칸의 몽골 기병대(타타르족)는 세계를 정복하며 유럽까지 진출했습니다. 그들은 며칠씩 말 위에서 생활하며 이동해야 했기에 불을 피워 요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날고기를 말안장 밑에 넣고 다녔는데, 말의 체온과 사람의 무게로 고기가 부드럽게 다져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 부드러워진 날고기에 소금과 향신료를 뿌려 먹었습니다.

이 식문화가 러시아를 거쳐 독일 함부르크로 전해졌습니다. 미식가였던 함부르크 사람들은 이 날고기 요리를 익혀 먹는 방식으로 개량했습니다. 질긴 고기를 잘게 다진 후 양파와 달걀 등을 섞어 불에 구워낸 이 요리는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 우리말로 '함박스테이크'라고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3. 이민자들의 배를 타고 미국으로

19세기 중반,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수많은 독일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습니다. 당시 독일 이민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출발지가 바로 함부르크 항구였습니다. 그들은 미국으로 가는 긴 항해 도중이나 미국 도착 후 고향의 맛이 그리울 때, 저렴한 고기를 다져 만든 '함부르크 스테이크'를 즐겨 먹었습니다.

미국 뉴욕의 식당들은 이들을 겨냥해 다진 고기 요리를 '함부르크 스타일의 스테이크(Hamburg-style steak)'라는 이름으로 팔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햄버거는 빵이 없는 '접시 요리'였습니다.

4.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와 '빵'의 만남

접시에 담겨 나오던 함박스테이크가 오늘날처럼 빵 사이에 끼워진 샌드위치 형태가 된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가장 유력하고 유명한 이야기는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 때의 일화입니다.

박람회장의 한 요리사가 뜨거운 함박스테이크를 파는데, 그릇이 부족하고 손님들이 뜨거워서 고기를 잘 잡지 못하자 둥근 빵(Bun) 사이에 고기를 끼워서 팔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전인 1885년 위스콘신주의 찰리 나그린이 먼저 만들었다는 주장 등 여러 원조 논쟁이 존재합니다.)

분명한 것은 바쁜 미국 노동자들에게 한 손에 들고 먹을 수 있는 이 고기 샌드위치는 혁명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이후 이 음식은 '함부르크 스테이크'라는 긴 이름 대신, 편하게 줄여서 '햄버거(Hamburger)'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5. 마치며 : 햄+버거가 아닌 햄버그+어

재미있는 점은 20세기 후반, 사람들이 'Hamburger'라는 단어의 유래를 잊어버리면서 앞글자인 'Ham'을 돼지고기 햄으로 오해하고, 뒤의 'Burger'를 빵에 끼운 음식이라는 뜻의 접미사처럼 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치즈버거, 치킨버거, 라이스버거 같은 신조어들이 탄생했습니다. 언어학적으로 보면 '함부르크(Hamburg) + 어(er)'로 나뉘어야 할 단어를 '햄(Ham) + 버거(burger)'로 잘못 자른 셈입니다.

하지만 뭐 어떤가요? 몽골의 초원에서 시작해 독일의 항구를 거쳐 미국의 박람회장에서 완성된 이 글로벌한 여정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전 세계 어디서든 맛있는 햄버거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