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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tooth 어원, 최첨단 무선 기술 이름이 '이빨 썩은 바이킹 왕'이라고?

by purevanillacookie 2026. 1. 11.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자동차와 핸드폰을 연결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블루투스(Bluetooth)' 기능을 켭니다. 선 없이 기기를 연결해 주는 이 고마운 기술 덕분에 우리의 삶은 훨씬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이 기술의 이름을 곰곰이 뜯어보면 참 이상합니다. '푸른(Blue) 이빨(Tooth)'이라니요? 무슨 치과 질환 이름 같기도 하고, 최첨단 IT 기술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원시적인 느낌이 듭니다. 도대체 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공학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혁신적인 기술에 이런 해괴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놀랍게도 이 이름의 주인공은 1,000년 전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통일했던 전설적인 '바이킹 왕'입니다.

오늘은 무선 통신 기술 속에 숨겨진 바이킹의 역사와, 우리가 매일 보는 블루투스 로고에 담긴 비밀 코드를 해독해 드립니다.

Bluetooth 어원, 최첨단 무선 기술 이름이 '이빨 썩은 바이킹 왕'이라고?

1. 10세기 덴마크의 왕, 하랄드 블라탄(Harald Blåtand)

이야기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텔, 에릭슨, 노키아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각자의 기기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단거리 통신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규격이 달라 난항을 겪고 있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회사의 대표 엔지니어들이 모여 통합 규격을 논의하는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결성했습니다.

이때 인텔의 엔지니어였던 '짐 카다크(Jim Kardach)'는 역사 소설을 즐겨 읽는 독서광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프란스 벵트손이 쓴 소설 《The Long Ships》를 읽고 있었는데, 그 책에 등장하는 10세기 덴마크의 왕 '하랄드 1세'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하랄드 왕은 당시 서로 쪼개져 싸우던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하나로 '통일(Uniting)'하고 협상을 통해 평화를 가져온 위대한 군주였습니다. 그의 별명이 바로 덴마크어로 '블라탄(Blåtand)', 영어로 번역하면 '블루투스(Bluetooth)'였습니다.

2. "왕이 나라를 통일했듯, 우리는 기기를 통일한다"

짐 카다크는 무릎을 쳤습니다. "하랄드 왕이 스칸디나비아를 하나로 통일했던 것처럼, 우리도 PC와 휴대전화라는 서로 다른 기기를 하나로 연결(Connect)하여 통일하자!"

그는 이 프로젝트의 코드명(임시 이름)을 '블루투스'로 제안했습니다. 사실 원래 정식 명칭 후보는 따로 있었습니다. '라디오와이어(RadioWire)'나 'PAN(Personal Area Network)' 같은 훨씬 기술적이고 멋진 이름들이었죠.

하지만 PAN은 이미 너무 흔한 용어였고, 라디오와이어는 상표권 등록 심사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제품 출시일은 다가오는데 정식 명칭이 확정되지 않자,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임시로 부르던 코드명 '블루투스'를 그대로 제품명으로 써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 표준이 되었습니다.

3. 로고의 비밀 : 고대 룬 문자의 결합

여러분이 매일 보는 파란색 타원형 안의 블루투스 로고(ᛒ)에도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언뜻 보면 알파벳 B 같기도 하고 곤충 모양 같기도 한 이 기호는, 사실 하랄드 왕의 이름 머리글자를 고대 북유럽 문자인 '룬(Rune) 문자'로 표기하여 합친 것입니다.

  • H (Harald) : 룬 문자 '하갈(Hagall, ᚼ)'
  • B (Bluetooth) : 룬 문자 '비아르칸(Bjarkan, ᛒ)'

이 두 글자(ᚼ + ᛒ)를 겹쳐서 만든 '바인드 룬(Bindrune)'이 바로 현재의 블루투스 로고입니다. 천 년 전 바이킹 왕의 이니셜이 21세기 최첨단 기기의 화면 속에서 매일 반짝이고 있는 셈입니다.

4. 왜 하필 '푸른 이빨'이었을까?

그렇다면 하랄드 왕은 왜 '블루투스(푸른 이빨)'라는 기묘한 별명을 가졌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유력한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블루베리 애호가' 설입니다. 왕이 평소에 블루베리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 먹는 바람에, 이와 혀가 항상 파랗게 물들어 있어서 백성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귀여운 설입니다.

두 번째는 '치아 변색' 설입니다. 전투 중 다치거나 신경이 죽어 치아가 회색빛이나 검푸른 색으로 변색된 것을 보고 사람들이 '검푸른 이(Dark Tooth)'라고 불렀다는 설입니다. 고대 덴마크어에서 'Blå'는 파란색뿐만 아니라 '검다', '어둡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5. 마치며 : 연결의 왕

치아가 썩은 험상궂은 바이킹 왕이었든, 베리류를 좋아한 귀여운 왕이었든, 하랄드 블루투스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연결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이어폰을 귀에 꽂으며 "블루투스가 연결되었습니다"라는 안내음을 들으신다면, 천 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를 연결해 주고 있는 덴마크 왕의 '푸른 이빨'을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기술은 차갑지만, 그 이름 속에 담긴 이야기는 꽤나 인간적이고 낭만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