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이나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바비큐(Barbecue)'입니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의 냄새는 여행의 설렘을 배가시킵니다. 흔히 바비큐라고 하면 텍사스의 카우보이나 미국의 뒷마당 파티를 떠올리지만, 이 단어의 뿌리는 사실 미국이 아닌 카리브해의 원시 정글에 닿아 있습니다.
백인들의 문화가 아니라, 거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원주민들의 생존 지혜가 담긴 바비큐. 500년 전 신대륙의 정글에서 발견된 나무틀 하나가 어떻게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글로벌 요리 용어가 되었는지, 그 뜨거운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합니다.

1. 타이노족의 침대이자 그릴: '바르바코아(Barbacoa)'
바비큐의 어원은 서인도 제도(현재의 아이티, 쿠바 등)에 거주하던 타이노(Taino)족의 언어인 '바르바코아(Barbacoa)'입니다. 놀랍게도 이 단어는 처음에는 음식을 뜻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바르바코아는 '푸른 생나무를 엮어 만든 4개의 다리가 달린 틀'을 지칭하는 명사였습니다.
습하고 벌레가 많은 열대 우림의 땅바닥에서 잠을 자는 것은 위험했기에, 원주민들은 이 나무틀을 만들어 그 위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곧 이 틀의 더 중요한 용도를 발견합니다. 바로 식량 보존입니다. 사냥한 짐승이나 물고기를 이 틀 위에 올려놓고, 아래에 불을 피워 연기를 쐬면 고기가 훈연되어 오랫동안 상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잠을 자는 침대'가 '고기를 굽는 그릴'로 진화한 순간이었습니다.
2. 스페인 정복자들의 충격과 전파
16세기 초, 신대륙에 발을 디딘 스페인 탐험가들은 원주민들이 이 '바르바코아'를 이용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불에 직접 닿지 않고 연기와 간접열로 천천히 익힌 고기는 겉은 검게 그을렸지만, 속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촉촉하고 부드러웠으며 독특한 훈연 향이 났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조리법과 도구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와 스페인어로 'Barbacoa'라고 불렀고, 이것이 훗날 영어권으로 넘어가면서 'Barbecue(바비큐)', 그리고 약어인 'BBQ'로 정착되었습니다. 특히 이 조리법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버리는 부위 없이 오랫동안 먹어야 했던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에게 전해지며 꽃을 피웠습니다. 질긴 고기도 바비큐 방식으로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Low & Slow)하면 입에서 녹을 듯 부드러워진다는 사실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3. 현대의 바비큐: 원시성(Primitiveness)에 대한 향수
오늘날 바비큐는 단순한 요리법을 넘어 '사회적 행사'를 의미합니다. 버튼 하나면 요리가 되는 편리한 시대에, 사람들은 굳이 무거운 그릴을 챙기고, 숯에 불을 붙이며, 매캐한 연기를 마시는 불편함을 감수합니다. 왜 우리는 바비큐에 열광할까요?
그것은 아마도 바비큐가 가진 '원시적인 유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수천 년 전 인류가 불을 발견하고 그 주위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며 느꼈던 안전감과 소속감이, 바비큐라는 행위를 통해 현대인에게 재현되는 것입니다. 어원인 '바르바코아'가 원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였듯, 현대의 바비큐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불을 피우며 이 오래된 단어가 주는 따뜻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