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문자, 바로 영어 '알파벳(Alphabet)'입니다. 우리는 영어를 배울 때 가장 먼저 "A, B, C, D..."를 노래처럼 외우며 글자를 익힙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 글자들의 모양이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신 적 없으신가요?
단순한 기호처럼 보이는 알파벳 속에는, 사실 수천 년 전 고대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A'는 뿔 달린 황소였고, 'B'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었으며, 'M'은 출렁이는 물결이었습니다.
오늘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알파벳의 기원을 찾아, 고대 페니키아 상인들의 장부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무심코 쓰던 알파벳 A가 뿔난 소처럼 보이게 될 것입니다.

1. 복잡한 상형문자를 '비즈니스'용으로 압축하다
알파벳의 역사는 기원전 1500년경, 지중해 무역을 장악했던 '페니키아인(Phoenician)'들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당시 고대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수천 개의 복잡한 상형문자나 쐐기문자를 사용했습니다. 이 문자들은 배우기도 어려웠을뿐더러, 배를 타고 바쁘게 물건을 사고팔아야 하는 상인들이 장부에 기록하기에는 너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실용적인 페니키아 상인들은 복잡한 그림 문자에서 가장 핵심적인 특징만 따와서 간소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물의 모양을 본떠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알파벳의 직접적인 조상인 '페니키아 문자'입니다.
2. A : 알레프(Aleph), 힘센 '소'의 머리
알파벳의 첫 글자인 'A'를 자세히 살펴봅시다. 지금의 A를 180도로 뒤집어 보면 어떤 모양이 보이나요? 뾰족한 턱이 위로 가고, 다리 두 개가 위로 솟은 모양이 됩니다. 이것은 영락없이 '뿔이 달린 소의 머리' 형상입니다.
고대 농경 사회에서 '소'는 가장 중요한 노동력이자 재산이었고, 강력한 힘의 상징이었습니다. 페니키아어(히브리어)로 소는 '알레프(Aleph)'라고 불렸습니다. 사람들은 소의 머리 모양(∀)을 그려놓고 이를 '알레프'라는 소리의 첫 글자로 삼았습니다.
이 글자가 그리스로 넘어가면서 방향이 회전하여 오늘날의 'A' 모양이 되었고, 이름도 '알파(Alpha)'로 변형되었습니다. 즉, A가 알파벳의 첫 번째 글자가 된 이유는 고대인들에게 '소'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자산이었기 때문입니다.
3. B : 베이트(Beth), 안식처인 '집'
두 번째 글자 'B'는 무엇을 본뜬 것일까요? B를 옆으로 눕혀보면(๓ 모양) 마치 방이 두 개 있는 구조도나, 입구가 있는 텐트 모양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페니키아어로 집은 '베이트(Beth)'라고 불렸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Bethlehem)'은 '빵(Lehem)의 집(Beth)'이라는 뜻입니다.)
유목 생활과 무역을 하던 고대인들에게 비바람을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텐트)은 소 다음으로 중요한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집' 모양 그림이 알파벳의 두 번째 글자 'B'가 되었고, 그리스어로는 '베타(Beta)'가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M'입니다. M은 물결이 출렁이는 모양에서 왔으며, 물을 뜻하는 '멤(Mem)'에서 유래했습니다. 'O'는 사람의 '눈(Eye)' 모양을 본뜬 '아인(Ayin)'에서 왔습니다.
4. 알파(Alpha) + 베타(Beta) = 알파벳(Alphabet)
페니키아인들이 만든 이 획기적인 문자 시스템은 무역로를 타고 고대 그리스로 전해졌습니다.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 문자에 없던 '모음(a, e, i, o, u)'을 추가하여 체계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문자의 첫 글자인 '알파(Alpha)'와 두 번째 글자인 '베타(Beta)'를 합쳐서, 이 문자 체계 전체를 부르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알파벳(Alphabet)'입니다. 우리말로 치면 한글을 '가나다'라고 부르거나, 일본어를 '가나'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은 작명 방식입니다.
이후 이 그리스 문자는 로마로 건너가 '라틴 문자'가 되었고, 로마 제국의 번영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영어 알파벳이 되었습니다.
5. 마치며 : 글자 속에 살아 숨 쉬는 고대인들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리고 키보드를 치며 수많은 A와 B를 입력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그 글자 하나하나에는, 척박한 환경에서 소를 키우고(A), 집을 짓고(B), 물을 찾으며(M) 문명을 일궈냈던 고대인들의 치열한 삶과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알파벳은 단순한 기호가 아닙니다. 그것은 3,500년 전 지중해의 상인들이 후세에 남긴 '그림책'이자, 인류 역사가 압축된 타임캡슐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문득 그 속에 숨어 있는 소 한 마리와 집 한 채를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