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이 오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신는 신발, 바로 '샌들(Sandal)'입니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현대인들에게는 휴양지 패션이나 간편한 일상화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련된 신발의 이름이 고대 그리스어의 '널빤지' 혹은 '나무판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인류가 거친 대지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해 낸 최초의 도구이자,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수단이기도 했던 샌들. 오늘은 단순한 신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샌들'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1. 어원: 발바닥에 댄 나무판자, '산달론(Sandalon)'
'Sandal'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산달론(Sandalon)'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의 본래 뜻은 '단단한 나무판자' 또는 '널빤지'였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신발의 개념은 지금처럼 발 전체를 감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지면의 열기, 뾰족한 돌, 가시덤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발 모양에 맞춰 나무나 딱딱한 가죽으로 '판자(밑창)'를 만들고, 그것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가죽 끈으로 묶었습니다.
즉, 초기 인류에게 샌들은 '신는 것'이라기보다 '발바닥에 덧대는 판자'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산달론, 즉 샌들의 시초입니다.
2. 고대 그리스: 신발이 곧 신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샌들은 단순한 보호 장구를 넘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 🌿 서민의 샌들: 버드나무 잎, 잔가지 등을 엮어 만든 투박한 밑창에 끈을 대충 묶은 형태였습니다. 오직 생존을 위한 도구였습니다.
- 👑 귀족의 샌들: 부드럽게 무두질한 가죽을 사용했고, 밑창을 두껍게 만들어 키가 커 보이게 했습니다. 끈을 묶는 방식과 장식에 따라 계급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 🦅 신의 신발: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샌들 '탈라리아'를 신었습니다. 이는 샌들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도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줍니다.
3. 로마 제국과 칼리굴라: 군화가 된 샌들
그리스의 샌들 문화를 이어받은 로마 제국은 이를 더욱 실용적이고 군사적인 목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로마 군단병들이 신었던 군화 '칼리가(Caliga)'가 대표적입니다. 밑창에 쇠징을 박아 내구성을 높인 이 전투용 샌들은 로마 정복 전쟁의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사적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로마의 악명 높은 폭군 '칼리굴라(Caligula)' 황제의 이름이 바로 이 샌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군영에서 병사들의 작은 군화(칼리가)를 신고 놀던 그를 보고, 병사들이 "작은 군화(Little Boot)"라는 뜻으로 '칼리굴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것입니다.
4. 종교적 의미: 샌들을 벗는다는 것
성경이나 고대 종교 의식에서 "네 발에서 신(샌들)을 벗으라"는 구절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샌들의 밑창(Sandalon)은 세상의 온갖 더러운 오물과 먼지를 밟고 다니는 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신성한 장소에 들어가거나 높은 존재를 만날 때 샌들을 벗는 행위는, "세속의 더러움을 버리고 가장 낮고 겸손한 자세로 서겠다"는 경외심의 표현이었습니다.
마치며: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현대적인
나무판자 한 조각에서 시작된 샌들은 수천 년의 시간을 지나며 다양한 소재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발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끈으로 묶어 고정한다는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현관에 놓인 샌들을 신을 때, 잠시 상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 아래, 거친 돌길을 걷기 위해 발바닥에 나무판자를 덧대었던 고대인들의 지혜를 말이죠. 샌들은 인류가 대지와 만나는 방식을 바꿔놓은, 작지만 위대한 발명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