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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들(Sandal)': 나무 판자(Sandalon) 한 장에서 시작된 인류 최초의 신발

by purevanillacookie 2026. 1. 8.

뜨거운 여름이 오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신는 신발, 바로 '샌들(Sandal)'입니다. 가볍고 통기성이 좋아 현대인들에게는 휴양지 패션이나 간편한 일상화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련된 신발의 이름이 고대 그리스어의 '널빤지' 혹은 '나무판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인류가 거친 대지로부터 발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해 낸 최초의 도구이자,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수단이기도 했던 샌들. 오늘은 단순한 신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샌들'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샌들(Sandal)': 나무 판자(Sandalon) 한 장에서 시작된 인류 최초의 신발

1. 어원: 발바닥에 댄 나무판자, '산달론(Sandalon)'

'Sandal'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산달론(Sandalon)'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단어의 본래 뜻은 '단단한 나무판자' 또는 '널빤지'였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신발의 개념은 지금처럼 발 전체를 감싸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지면의 열기, 뾰족한 돌, 가시덤불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발 모양에 맞춰 나무나 딱딱한 가죽으로 '판자(밑창)'를 만들고, 그것이 발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가죽 끈으로 묶었습니다.

즉, 초기 인류에게 샌들은 '신는 것'이라기보다 '발바닥에 덧대는 판자'에 가까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산달론, 즉 샌들의 시초입니다.


2. 고대 그리스: 신발이 곧 신분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샌들은 단순한 보호 장구를 넘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 🌿 서민의 샌들: 버드나무 잎, 잔가지 등을 엮어 만든 투박한 밑창에 끈을 대충 묶은 형태였습니다. 오직 생존을 위한 도구였습니다.
  • 👑 귀족의 샌들: 부드럽게 무두질한 가죽을 사용했고, 밑창을 두껍게 만들어 키가 커 보이게 했습니다. 끈을 묶는 방식과 장식에 따라 계급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 🦅 신의 신발: 전령의 신 헤르메스는 날개 달린 샌들 '탈라리아'를 신었습니다. 이는 샌들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도구로 인식되었음을 보여줍니다.

3. 로마 제국과 칼리굴라: 군화가 된 샌들

그리스의 샌들 문화를 이어받은 로마 제국은 이를 더욱 실용적이고 군사적인 목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로마 군단병들이 신었던 군화 '칼리가(Caliga)'가 대표적입니다. 밑창에 쇠징을 박아 내구성을 높인 이 전투용 샌들은 로마 정복 전쟁의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사적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로마의 악명 높은 폭군 '칼리굴라(Caligula)' 황제의 이름이 바로 이 샌들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군영에서 병사들의 작은 군화(칼리가)를 신고 놀던 그를 보고, 병사들이 "작은 군화(Little Boot)"라는 뜻으로 '칼리굴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던 것입니다.


4. 종교적 의미: 샌들을 벗는다는 것

성경이나 고대 종교 의식에서 "네 발에서 신(샌들)을 벗으라"는 구절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샌들의 밑창(Sandalon)은 세상의 온갖 더러운 오물과 먼지를 밟고 다니는 부분이었습니다.

따라서 신성한 장소에 들어가거나 높은 존재를 만날 때 샌들을 벗는 행위는, "세속의 더러움을 버리고 가장 낮고 겸손한 자세로 서겠다"는 경외심의 표현이었습니다.


마치며: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현대적인

나무판자 한 조각에서 시작된 샌들은 수천 년의 시간을 지나며 다양한 소재로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발을 시원하게 드러내고, 끈으로 묶어 고정한다는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현관에 놓인 샌들을 신을 때, 잠시 상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뜨거운 지중해의 태양 아래, 거친 돌길을 걷기 위해 발바닥에 나무판자를 덧대었던 고대인들의 지혜를 말이죠. 샌들은 인류가 대지와 만나는 방식을 바꿔놓은, 작지만 위대한 발명품입니다.